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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에 한 번 다녀온 답사지들이 있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금 찾은 그곳. 감회가 새롭게 다가오고 예전과 달라진 것들을 보면서 예전에 썼던 답사기를 찾아서 읽는 맛도 괜찮다.  그래서 예전에 썼던 답사기를 찾아보니 문장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같이 올렸던 사진은 모두 배꼽사진으로 바뀌어 사진이 안보인다.  다시 찾은 운주사 답사기를 정보 위주로 간단히 올리고 이곳에 20년 전에 썼던 답사기를 사진만 바꿔서 새로 올려본다.

 


 

<2002.12.9 작성한 글>

 

절간을 찾으면서 처음엔 의례히 문화재에 관심을 두고 건물이나 불상 불탑을 찾아보고 사진 찍기에 바쁘게 보내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절집에서 풍기는 살아있는 느낌을 찾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문화재에서 풍기는 멋을 잘은 모른다. 그져 전문가들이 이것은 뭐가 좋고 저것은 뭐가 좋아서 문화재로 지정되었노라 하면 그걸 적어 외우는 수준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관심있는 것은 꼭 보고와야 마음이 놓이고 직성이 풀린다.

전남 화순 운주사...
이 절은 얼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사실 소설 장길산의 대미가 이 절간을 배경으로 이루어져 20여년 전에 세상에 운주사가 알려졌다는데 무엇보다 각종 불상과 석탑이 어우러지고 가람배치와 탑의 배치가 우주 별자리와 연관된다기에 꼭 한번 몸으로 느끼고 싶었던 곳이다.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대별되는 미술사학적으로 불가사의한 신비의 절간이다. 아직도 석탑 17기, 석불 80여기가 남아 있어 그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영귀산운주사 일주문

 

 


오전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잠잠해지더니 이곳에 도착하니 다시 굵어진다. 이번엔 찢어진 우산마져 없기에 아예 비 맞을 각오를 하고 카메라만 옷깃에 단단히 여민체 운주사를 들어선다.

9층석탑(보물 제 796호)...

 

 


일주문을 지나 절에 들어서니 좌우에 천불산이 야트마하니 배치되어 있고 가운데 골짜기로 각종 탑이 눈에 들어온다. 맨처음 다다른 곳에 있는 9층석탑... 보물 제 796호이며 탑 높이 10.7M로 운주사에서 가장 높은 화사하고 수려한 탑이다.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 형식과 같아서 백제계 석탑이라 한다.
탑신석 안에 겹마름모꼴의 기하학적 무늬와 네잎의 꽃잎 문양은 유일하게 운주사의 탑만이 간직하고 있다. 겹마름모꼴은 사방팔방에 계신 부처님을, 그리고 중앙의 네잎의 꽃잎문양도 사방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일설에는 이 탑을 운주사 중심탑이라하여 돛대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즉 운주사는 배의 형상을 하고 있고 지금의 대웅전 자리가 뱃머리이고 9층탑 자리가 돛을 다는 자리라는 뜻이란다.

석조불감(보물 제 797호)

 

 


9층탑을 시작으로 계곡과 좌우 능선에 수없이 배치된 석탑들... 그 모양도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
각각 다양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3기의 7층탑을 지나 만나게 되는 석조불감...... 보물 제 797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조불감은 팔작지붕 형태의 돌집으로 그 안에 두분의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다. 두분의 석불은 남과 북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두분의 불상이 거대한 돌집 안에서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는 채로 조성된 것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며 건축학적으로 매우 주목되는 훌륭한 작품이다.

원형다층석탑(보물 제 798호)

 

 

 

바로 이웃에 원형다층석탑(보물 제 798호)이 있다. 10각 기단부, 연꽃문양의 기단갑석에 둥근 탑신석과
둥근 원형의 옥개석(지붕돌)을 갖춘 아름다운 석탑이다. 원과 원으로 이어진 우주전체를 조형하고 있는듯한 인상이다. 이처럼 우아하고 개성적인 아름다운 석탑은 이곳 운주사만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석탑 예술의 특징이다. 그 밖에 여러 탑들이 각각 특이한 형태로 남아있지만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운주사 불상들은 천불산 각 골짜기 바위너설 야지에 비로자나부처님(부처님의 빛, 광명)을 주불로 하여
여러기가 집단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크기도 각각 다르고 얼굴 모양도 각양 각색이다. 이러한 불상배치와 불상제작 기법은 다른 곳에서는 그 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운주사 불상만이 갖는 특별한 가치로 평가 받는다.

오던 빗줄기가 한층 더 기승을 부린다. 이미 카메라에 빗물이 들어가 자꾸만 멈춰선다. 옛말에 소낙비는 피하라는 말이 생각나 대웅전 앞 종무소에서 잠시 기다리며 운주사를 생각해 본다. 
지난 몇 백년을 지나오면서 임진왜란 때 많은 유물이 손상되었고 최근 일제 때나 한국전쟁 때도 참 많은 유물들이 손상된 것으로 나와 있다. 지금의 건물들은 모두 최근에 세워진 것들이니 돌 아닌 것이야 어찌 유구한 세월을 논하랴...? 그래 나도 돌로 자임하고 있으니 이름하여 석두......

운주사 전경

 

 


그칠 비가 아닌성 싶어 빗줄기를 뚫고 공사바위에 오른다. 영귀산 산마루에 놓인 거대한 둥근 바위이다. 위에 오르니 운주사 탑과 불상들 그리고 먼 산들이 한눈에 발아래 굽어 보인다. 바위 이곳 저곳을 움푹 파 인공으로 조성한 자리가 여럿 보이고 그중 가장 아래 큰 자리가 도선국사가 앉아서 운주사 천불 천탑의 대공사를 관리감독했다 하여 공사바위라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
비가 오는데도 도선국사님 자리에 앉아 운주사를 바라보니 나즈막한 산을 두르고 서있는 운주사의 천불천탑이 참으로 멋드러진 풍경과 함께 속세의 나를 깨우친다.

머슴부처(시위불)

 

 

 

이미 감기기운이 나를 누르고 있다. 아무래도 무리가 될성 싶지만 그래도 건너편 와불은 봐야하리...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능선에 다다르니 커다란 불상이 나를 가로 막는다. 이름하여 머슴부처(시위불)라 한다. 즉 와불아래 시위불로 불리는 석불 입상인데 운주사 일대의 석불 중 가장 전형적이며 특히 운주사와 관련된 설화의 중심부분이기도 하다. 와불을 중심으로 주불이 비로자나 부처님이고 좌협시불이 석가모니불, 우협시불이 노사나불이다.

와불...

 

 

 

운주사 와불.....
세계에서 하나뿐인 유일한 형태의 와불이다. 이는 열반상(부처님이 옆으로 비스듬이 누운 상)과는 다르게 좌불(앉은 모습)과 입상(선 모습)으로 자연석 위에 조각된 채로 누워있다. 이렇게 좌불과 입상의 형태로 누워있는 부처님은 세계에서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이 부처님은 좌불 12.7미터, 입상 10.26미터의 대단히 큰 불상이다. 나침반을 갖다대면 거의 정확히 남북으로 향하고 있어 이 천번째 부처님이 일어나면 곤륜산의 정기를 이 민족이 받아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지상 최대의 나라가 된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운주사의 좌불은 비로자나부처님이고 옆에 입상은 석가모니불이다. 그리고 이 두 분을 지키는듯 아래 서있는 노사나불(머슴부처, 시위불, 상좌불)도 옆에서 떼어내 세운 것이 분명하다.
지금 운주사에는 와불전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자연 그대로 잘 보존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가 더 나을텐데....

칠성바위와 7층석탑

 

 


내려오는 길목에 칠성바위가 있다.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커다란 원형 바위 7개가 가파른 언덕에 놓여있고 그 옆엔 7층석탑이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 운주사는 별자리와 연관이 많은 절이라는게 최근의 연구에서 주장한다. 즉 와불자리가 북극성 자리이고 칠성바위 자리가 북두칠성 등, 하늘의 별자리 마다에 석탑과 불상이 세워져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확한 자료가 없으니 그 주장이 타당한지는 몰라도 이곳에 이 커다란 둥근 바위를 인위적으로 배치한데는 그 까닭이 있을것 같다.

신비로운 운주사를 경황없이 빗줄기와 싸우며 스치듯 지나쳐 옴에 아쉬움이 많은 여행이었다. 다시금 어느날 눈이라도 많이 오는 날... 다시찾아 공사바위에 앉아 한없이 나 자신에 빠져 심취해 보고싶다.
천불천탑의 비밀을 캐보겠다고 나선 여행이 결국 아쉬움 하나만을 더한체 되돌아 서고 말았다.

 

도선국사 창건 월출산(月出山) 도갑사(道岬寺) 답사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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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방인야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