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조지훈의 승무
오랜만에 용주사를 찾았는데
갑자기 승무 시비가 생각나 찾아봤다.
예전 처음 볼 때는 근사한듯 했는데
오늘보니 너무 초라하고
글씨도 잘 보이지 않는다.
조지훈 시인이 용주사에서 승무를
참관하고 영감을 얻어서 쓴 시라서
다시한번 음미하고자 여기에 올린다.
승 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728x90
반응형
'사는게 즐거워 > 사는 이야기(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 평택)조선왕조 개국공신 정도전 묘 (0) | 2022.07.10 |
---|---|
다산 정약용 생가와 묘 (0) | 2022.07.09 |
용인수원지역 풍수 답사(조광조,심온,혜령군,광교박물관) (0) | 2022.07.09 |
파평윤씨 권력다툼에 패한 대윤 윤임 묘 (0) | 2022.07.09 |
봄이 오는 소리 (0) | 2022.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