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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의 승무
오랜만에 용주사를 찾았는데
갑자기 승무 시비가 생각나 찾아봤다.
예전 처음 볼 때는 근사한듯 했는데
오늘보니 너무 초라하고
글씨도 잘 보이지 않는다.
조지훈 시인이 용주사에서 승무를
참관하고 영감을 얻어서 쓴 시라서
다시한번 음미하고자 여기에 올린다. 

승 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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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방인야초